2022. 2. 26. 00:21ㆍ소개/영화
INRTO
난 95년생으로써 <써니>를 100%이해하진 못한다. 그래도 느낄 수 있다. 그때 그 시절은 지금보다 맑은 순수함이 있었고, 의리가 있었고, 꿈이 있었고, 청춘이 있었다. 지금은 오글거린다고 표현하는 것들이 그 시절에는 낭만이고,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시절의 영화들에 이끌리는 것 같다. 생각보다 촌스러운 내 감성들이 반응하는 몇개의 영화들. 그리고 그 중 하나인 <써니>. 그렇게 재밋지도, 심금을 울리지도, 드라마틱하지도 않은 이 영화가 난 왜 그리 그리운지 모른다. 나중에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 나오는 영화들을 다시 본다면 그때도 같은 생각을 할까. 모르겠다.
써니(2011)
출연 : 유호정, 심은경, 강소라 등
눈에 익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하지만 눈에 익지 않은 배우들이 더 눈에 띈다. 이 영화가 좋은 영화인 이유는 좋은 신인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강소라, 심은경, 천우희. 모두가 <써니>로 인해 이름을 알렸다. 한 영화로 이렇게 많은 신인 배우들이 알려지기 쉽지 않은데 말이다. 그래서 <써니>가 더 새롭게 다가올 수 있었지 않을까. 게다가 내가 참 좋아하는 '어린 아이들'이 주연인 영화다. 이런 영화는 유독 재미있다.
하루가 짧디 짧은 나미(유호정). 고등학생이 된 딸, 출장이 잦은 남편, 병상생활중인 어머니까지.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살아가던 나미는 병원에 갔다가 우연히 한 이름을 보게 된다. '하춘화'라는 이름이 나미에겐 낯설지 않다.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친구와 똑같은 이름. 살 날이 두달밖에 남지 않은 '춘화'를 그렇게 만나게 된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청춘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보고싶다는 '춘화'. 그녀의 바람으로 이 영화는 시작된다. <써니>였던 일곱친구를 다시 만나기위해.
시골에서 서울로 갓 상경한 나미(심은경). 툭하면 나오는 사투리에 놀림감이 되지만 범상치 않은 친구들이 곁으로 다가온다. 의리빼면 시체인 춘화(강소라)와 장미, 진희, 금옥, 복희, 수지까지. 여섯에서 일곱으로 되며 써니가 결성된다. 그 후로 7명은 무엇이든 함께하는 친구가 된다.
그런 나미를 유독 싫어하는 상미(천우희). 한때는 춘화와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지속적인 본드와 폭력적인 행동으로 인해 멀어진 상태. 그러니 나미가 좋게 보일리 없다. 사사건건 나미에게 시비를 걸지만 곁에는 늘 아이들이 있어 쉽게 다다갈수도 없다.
금방 친해진 친구가 있다면, 어려운 친구도 있는 법. 누가 봐도 너무 이쁜 수지는 잡지모델로 활동 할 정도로 이쁘다. 나미는 수지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지만 유독 자신에게 까칠한 수지가 마냥 어렵기만 하고. 다같이 춤을 추다가 나댄다고 욕까지 먹은 나미는 수지에게 자기를 싫어하지 말라며 먼저 다가간다.
알고보니 수지는 자신의 계모와 같은 고향 출신이라는 이유로 나미가 싫었던 것. 미성년자 주제에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며 서로에 대한 오해도 풀고, 울고 불며 둘은 가까워진다.
하지만 마냥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 법. 여자들의 우정 안에는 당연히 사랑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남몰래 짝사랑하는 오빠를 보기위해 다방에도 몰래 찾아가고, 위험에 빠진 자신을 멋지게 구해주는 친구 오빠의 친구가 마냥 좋은 나미. 하지만 연애는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알고보니 오빠와 수지는 서로 사귀는 사이였던것. 그 사실을 알게 된 나미는 그저 수지가 밉기만 하다.
그러다 사건은 갑자기 터진다. 때는 학교 축제날. 누구보다 즐겁게 장기자랑 준비를 하고있던 '써니'. 아직까지 수지가 미운 나미는 우울한 마음에 아이들을 피해 매점에 갔다가 상미를 만난다. 근데 상미의 상태가 굉장히 이상하다. 본드를 하고 나타난 그녀는 나미에게 돌발행동을 하며 울부짖다 달려온 춘화의 발길질에 더욱 흥분을 한다. 그리고 사건이 터진다.
깨진 유리병으로 옆에있던 수지의 얼굴을 그어버린것. 그때문에 학교는 온통 피바다가 되어버리고, 아비규환인 그곳에서 써니는 결국 해체하게 된다. 모두 퇴학당함과 동시에 뿔뿔히 흩어져 버린것이다. 언제나 함께할것이고, 다시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하지만 그 약속은 몇십년 후에나 이루어진다.
춘화의 장례식장에서 말이다.
어렸을 때 추지 못했던 춤을 추며 유쾌한 장례식을 마무리 한다. 미처 찾지 못한 수지도 장례식에 찾아오고, 마지막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데, 어렸을 때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이 영화는 마무리된다.
평소에는 생각도 나지 않던 영화가 왜 갑자기 보고싶었는지. 컴퓨터로 일을 하면서 틀만한 영화를 찾다가 한국 영화중 몰입하지 않아도 되면서 적당히 재미있고, 짧은 작품을 찾던 중 우연히 봤는데 이상하게 끌리더라. 정말 잘 만든 영화다. 작품성이 뛰어난다거나, 이 영화가 담고있는 메세지가 엄청나다거나, 영상미, OST 이런 것들이 대단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 영화를 보면서 무언가를 함께 떠올린다는것. 소중한 추억이 되살아 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란 얼마나 좋은 작품인건지. 게다가 나에겐 그런 향수가 있을 나이가 아닌데도 만들어 준다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 아닐수가 없다.
이 영화는 정작 우리 엄마는 보지 않았다. 재미가 없다고 한다(안봤으면서..?). 하지만 난 재밌다. 그냥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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